“만일 나에게 프랑스 투어와 암에서 어느 것을 이기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암을 택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프랑스 투어 우승자라는 소리보다는 암 정복자라는 소리를 더 듣고 싶다.”
프랑스 사이클 투어를 무려 5차례나 우승한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사이클 스포츠에서 미국인으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그는 암투병을 거치고서도 세계 최고봉에 우뚝 선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둔 암스트롱은 자격이 되자 즉시 프로에 입문했다. 사이클 고수들과 진검승부를 펼쳐보기 위해서이다. 데뷔전으로 ‘세바스챤 클래식’에 출전하였다. 뭔가 감이 좋았다. 루키지만 우승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마음속에 생겼다. 111명의 프로가 출전하여 각축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악의 날씨였다. 비가 계속 내려 몹시 추웠다. 몸이 따뜻해지질 않아 뼛속까지 얼어붙는 냉기가 느껴졌다.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몸에 온기가 생기질 않으니 혈액순환이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순위가 점점 처지기 시작하더니 꼴찌로 밀려버렸다.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우승이 문제가 아니라 기권을 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오히려 암스트롱을 괴롭혔다. 길가로 차전차를 돌려세우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멈출 수는 없어. 중도포기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서는 안돼!” 랜스 암스트롱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50명이나 기권한 시합이었지만 끝까지 버텼다. 골인하기 위해서 언덕을 넘었다. 스페인 관중들이 비웃으며 떠들었다. “저 꼴찌로 들어오는 불쌍한 선수 좀 봐.” 완벽한 꼴찌였다. 일등보다 무려 30분이나 늦게 골인점을 통과한 것이다.
암스트롱은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과연 프로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사이클을 포기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어 코치인 크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선을 통해서 크리스의 격려가 들려왔다.
“랜스, 이 시합이 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교훈을 준 배운 시합이 될 것이야.”
꼴찌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황스런 일이다. 그것도 특별한 이유 없이 최선을 다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경쟁대상자 중에서 자신의 능력이 바닥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참 묘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꼴찌는 반대로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앞서 가는 사람들을 맨 뒤에서 멀찌감치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승부하고 있는가를 차근차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그래서 꼴지도 이래저래 배울 것이 많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암스트롱은 데뷔전에서 철저하게 무너져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스스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레이스를 포기하고 쓰러지는 암스트롱이 아니라, 집요하게 쫓아오는 투지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놓았다.
암스트롱은 다시 도전하겠다고 결심했다. 이틀간 쉬고 다음 대회를 준비했다. ‘쥬리히 챔피온십’ 대회였다.
가슴이 터지더라도 페달을 밟겠다고 다짐하고 훈련에 돌입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대회에서 꼴찌로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시합에 돌입하자, 페이스 조절이고 뭐고 상관없이 꼴찌를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신과의 승부를 했다. 결국 암스트롱은 2위로 골인라인을 통과했다.
시상대에 선 그는 ‘내가 그렇게 엉망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선배들에게 확인시켜줄 수 있어 안도감이 생겼다고 한다. 데뷔전에서 꼴등하고 그 즉시 다음 대회에서 2등. 프로 사이클리스트들은 랜스 암스트롱이라는 괴물이 일으키는 꼴찌의 반란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후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꼴찌에게 일등 자리를 양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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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인같은 사람도 꼴찌를 할때가 있었구나...